다섯번째 소개할 작품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이다. 이 영화는 리처드 커티스 각본, 마이크 뉴웰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의 우연성과 인연의 반복, 인생의 유머와 슬픔을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대비 구조 속에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행복한 의식들 사이에서 사랑을 만나다
『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포 웨딩스 앤 어 퓨너럴』은 제목 그대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엿보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을 쓰고 마이크 뉴웰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94년 영국을 배경으로, 연애와 결혼, 우정과 이별, 그리고 죽음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낸다. 유머와 진심, 유쾌함과 먹먹함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의외로 깊고 인간적인 대답을 제시한다. 영화는 늘 시간에 늦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적인 찰스(휴 그랜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찰스는 토요일마다 남의 결혼식에 달려가 들러리를 서주느라 바쁜 노총각이다. 그는 다양한 결혼식에 참석하며, 우연히 만난 미국 여성 캐리(앤디 맥도웰)와 복잡한 인연을 이어간다. 커티스는 찰스와 캐리의 관계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사랑과 이별, 관계의 흐름을 교차시키며,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얼마나 뜻밖의 방식으로 찾아오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의 조건 없이, 감정에 충실한 이야기
『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특정한 장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애사는 이상화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인 우연과 망설임, 후회와 충동으로 구성된다. 찰스는 캐리에게 끌리지만, 그녀가 또 다른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는 사이에서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갈등한다. 캐리는 그만큼 매력적이지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며, 그들의 관계는 시종일관 완벽하지 않다. 그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설득력을 높인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인상 깊다. 게이 커플인 개러스와 매튜는 많은 대사를 나누지 않지만, 장례식 장면에서 낭독되는 오든의 시를 통해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실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결혼식이라는 사회적 의식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진짜 사랑은 형식보다 감정의 깊이와 일상의 헌신에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커티스는 다채로운 캐릭터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풍부하게 그려낸다. 또한 영화 속 유머는 결코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찰스의 결혼식 축사 실수, 친구들 간의 대화, 옛 연인과의 어색한 재회 장면 등은 모두 생활 밀착형이면서도 영국식 위트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유머는 감정의 과잉을 막아주고, 무거운 주제조차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정과 웃음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영화의 톤을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결혼과 장례, 삶의 리듬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
『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은 인생의 극적인 순간들이 언제나 우리가 준비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혼식은 기쁨의 순간이고, 장례식은 슬픔의 자리지만, 그 둘 모두 인간이 감정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커티스는 이 두 상반된 의식을 나란히 배치하며, 사랑의 감정도 그렇게 다면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임을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찰스는 결혼하지 않고도 사랑을 선택한다. 이는 전통적인 해피엔딩의 공식을 벗어난 선택이지만, 오히려 더 현대적이고 진정성 있는 마무리로 다가온다. 사랑은 결혼이라는 제도로 완성되지 않으며, 때로는 관계의 형태보다 감정의 진정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사랑을 특정한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속에서 그 자체로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방식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