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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가 사라진 세상, 영화 '예스터데이(Yesterday)'

by jeilee1 2025. 5. 17.

네번째 소개 할 작품은 리처드 커티스 각본, 대니 보일 감독의 뮤지컬 영화『예스터데이(Yesterday, 2019)』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가 비틀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홀로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음악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자아에 대한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독창적인 음악 판타지다.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일부분
영화 '예스터데이'

비틀즈 없는 세상, 음악은 어떻게 울리는가?

『예스터데이』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가 12초간 정전된 뒤, 비틀즈라는 이름과 그들의 모든 음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오직 한 사람, 무명 뮤지션 잭 말릭(히마쉬 파텔)만이 그들의 곡과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잭 말릭은 마트 알바를 하며 언젠가 자신의 노래를 알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틀즈의 곡들을 마치 자신이 작곡한 것처럼 부르기 시작하고, 세계적인 스타로 급부상한다. 이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설정은 음악, 창작, 정체성, 사랑이라는 테마를 향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리처드 커티스는 이번에도 감성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각본을 통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만약 이 세상에 비틀즈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단순한 패러디나 오마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음악이 지닌 힘과,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의 진심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는 단순한 대중음악에 대한 예찬을 넘어서,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진정성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잃어버린 음악, 되찾은 진심

주인공 잭 말릭은 오랜 시간 무명으로 살아온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친구이자 매니저인 엘리(릴리 제임스)는 그를 묵묵히 응원해왔지만, 잭은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전과 함께 세상에서 비틀즈가 사라지고, 그는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은 상업적 성공과 자아정체성의 충돌, 진실과 거짓 사이의 균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틀즈의 명곡들은 이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Let It Be’, ‘Yesterday’, ‘Hey Jude’, ‘Something’ 등 수많은 고전 명곡이 잭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나며, 동시에 잭은 그 곡들의 감정과 깊이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영화는 “명곡을 불러낸다고 해서 그 진정성까지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표절의 윤리 문제를 넘어 자아의 진실성이라는 보다 철학적인 질문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잭과 엘리의 관계는 리처드 커티스 특유의 따뜻하고 애틋한 감정선으로 전개된다. 둘 사이에는 단순한 사랑 이상의 신뢰와 지지, 타이밍의 어긋남이 있다. 커티스는 이들의 감정을 음악과 교차시켜, 노래 한 곡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엘리의 고백과 잭의 선택은 영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진짜 목소리는 어디서 오는가

『예스터데이』는 판타지 설정과 대중적인 음악을 결합해 유쾌하게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무대와 조명이 꺼졌을 때 남는 ‘진짜 목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잭은 비틀즈의 음악으로 스타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곡들은 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무대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즉 사랑과 양심, 평범한 일상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결국 ‘우리가 누군가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리처드 커티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과 정서적 진실성을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예스터데이』는 음악에 대한 영화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우리 삶의 선택과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다. 잭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노래는 그래서 더 울림이 크다. 우리가 듣고 싶은 노래는, 가장 진심 어린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부가적으로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 뮤지컬 영화라 하기 에는 사랑 이야기에 많이 집중되었다는 평가와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가수를 주제로 하는 다른 영화에 비해 비틀즈를 소재로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 다는 평이 있다. 비틀즈 멤버인 링고 스타와 폴 메카트니는 물론 조지 해리슨의 아내 올리비아도 이 영화를 좋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