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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뿌리의 힘, 영화 '미나리'에 담긴 가족과 노년의 의미

by jeilee1 2025. 5. 12.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에서 사회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이민자의 삶과 할머니의 헌신을 통해 세대 간 연결과 노년의 존재 가치를 그린 감동 드라마입니다. 뿌리처럼 강인한 가족애가 스크린을 물들입니다. 영화 미나리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 일부분
영화 미나리

노년의 존재감, 가족 중심에 서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단순한 이민자 가족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1980년대 미국 남부로 이주한 한국인 가정의 삶을 조명하면서, 이민 1세대의 고단한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냅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할머니 ‘순자’입니다. 그녀는 딸의 가정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지만, 자식에게 얹혀사는 노인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가족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순자는 손자 데이빗과의 관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극복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합니다. 데이빗은 처음엔 순자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점차 그녀의 진심을 알아가고, 순자의 존재가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는 노년의 인물이 단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 내에서 정서적 지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삶의 뿌리를 내리는 존재, ‘미나리’의 상징성

영화 제목인 ‘미나리’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깊은 상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어디에 심어도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생명력 강한 식물입니다. 순자가 계곡 근처에 미나리를 심는 장면은 단순한 농사 행위가 아닌,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려는 가족의 의지를 대변합니다. 순자는 조용히 미나리를 키우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가족에게 안정과 생명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인’의 이미지를 깨뜨립니다. 순자는 무능하거나 병든 존재가 아니라, 침묵 속에서도 변화를 이끄는 존재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미나리가 무성히 자라난 모습은, 가족의 미래가 그만큼 견고해졌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세대 간 갈등을 품은 따뜻한 드라마

『미나리』는 세대 간의 충돌과 화해, 이해와 성장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자녀 세대는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분투하고, 부모 세대는 그런 자식들을 물심양면으로 돕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언어, 문화,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이 생기고, 뜻하지 않은 질병과 사고가 가족을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이럴 때마다 순자의 존재는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손자와 놀고, 어설픈 영어를 쓰며,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이는 단지 노인의 따뜻함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됨’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순자의 존재는 결국 가족 전체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 '미나리'가 전하는 노년의 가치

『미나리』는 가족 영화의 틀 안에서 노년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작품입니다. 순자는 단지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현재를 이끌고 미래를 준비하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노인이 소외되거나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삶의 뿌리이자 회복의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감동은 조용하지만 깊습니다. 눈물보다 더 큰 울림은,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주변의 노인들,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 영화는 지금 시대에 더욱 필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 관객 모두가 공감하고 한국어의 비중이 높음에도 미국적인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로 외할머니 순자역의 윤여정은 오스카 등 다수의 여우조연상을 휩쓸었고, 마침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